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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by b2winus 2017. 5. 12.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7)



과연 이 말씀을 우리는 어떤 의미로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을까? 단순히 이 한구절의 말씀만 뽑아와서 "일상 생활 속에 염려되는 일들이 생길 때 그걸 다 하나님께 맡기면 하나님께서 알아서 해결해주신다"라는 일종의 염려 위탁 및 정신 승리처럼 이 말씀을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베드로전서의 문맥에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여기서 말하는 염려가 어떤 의미에서의 염려인지 파악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다. 4장 12절에서부터 베드로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고난을 당할 이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고난을 맞이하게 될 것이지만 이를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즐거워하라 독려하며 베드로는 선을 행하며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서 5장에서 베드로는 장로들과 젊은 자들에게 그 고난 가운데 참여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를 이야기 한다. 장로들에게나 젊은 자들에게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동일한데 바로 서로 겸손하게 섬기라는 것이다. 장로들은 양 무리들에게 주장하는 자세가 아닌 본이 됨으로, 젊은 자들 또한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겸손함으로 서로를 섬기는 것이 진정 고난 가운데 선을 행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영혼을 의탁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어지는 6-7절은 바로 이 핵심의 마침표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능하신 손 아래에서 겸손하라 때가 되면 너희를 높이시리라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고난 많은 이 세상에서 자신을 돌보기도 어려운 상황 가운데 낮아지고 겸손하면 누가 나를 알아 주며 나보다 남을 섬기는 삶을 살면 누가 나를 돌봐주지?

주께 맡길 우리의 염려는 바로 이러한 문맥 속에서 나오는 염려들, 즉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갈 때에 생기는 염려들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또 그 분의 선하심을 알기에 우리는 고난 중에서도 이와 같은 염려를 다 주께 맡기고 우리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를 섬기는 겸손을 과감하게 실천할 수 있다. 높이시고 돌보시리라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말씀은 어느 누구나 삶 속에서 마주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염려들에 대한 말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염려든지 하나님께 맡기면 그가 돌보신다는 일반화된 적용은 이 말씀이 주어진 문맥을 염두하지 않은 체 그리스도인으로서 고난을 당할 때에도 선을 행하며 그 영혼을 하나님께 의탁하라는 핵심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다.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온갖 고난과 수모를 당하면서도 겸손하게 서로를 섬겼던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염려를 생각해볼 때 오늘날 우리가 이 말씀을 적용하며 자신있게 주께 맡기는 염려들은 어떤 모습인가? 과연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지키며 긴박한 현실을 살아갈 때의 염려들일까?


이 밤에 나는 나의 염려들의 정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염려하며 또 왜 그런 염려를 하게 되었는지를.

더 이상 의지할 곳 없을 정도로 낮아진 곳에서의 염려일까?
아니면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낮아질까 안절부절하는 염려일까?

내가 주님의 돌보심을 바라며 맡기는 염려들이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