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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ughts

솔직하게 쓰는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에 대한 생각

by b2winus 2017. 3. 7.

오늘 새물결플러스에서 주최한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 시연회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한글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출시 이전부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사전 예약을 통해 이미 구입을 해서 설치하고 이것 저것 가지고 놀아본 후라 사실 시연회를 통해 프로그램을 파악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의 상태에서 향후 로고스의 개발 방향을 좀 더 알고 싶었다. 비록 오늘 시연회의 짧은 Q&A 시간 동안 원하는 답변을 다 들을 순 없었지만 궁금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주변에 로고스 6에 대해 알기 원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뭐 주변에 전도사, 강도사, 목사님들이 대부분이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서도… 해서  내가 아는 사실과 이에 근거한 나의 개인적인 평가을 주절거려 보겠다. 참고로 로고스 측과는 개인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이런 거 쓴다고 해서 어떤 스폰서도 받지 않고 있지만 주신다면 사양은 안할…

시작해보자.

  • 서론

먼저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로고스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뭐 “로고스” 소프트웨어의 개발사인 Faithlife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인터넷 검색하면 금방 자료 찾을 수 있으니 여기서 상세히 정리하진 않겠고 로고스 6는 뭐고 브론즈는 또 뭐고 한글판은 또 뭔지에 대해 알아보자.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
이 소프트웨어의 정식 명칭은 크게 2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로고스 6 는 소프트웨어 엔진이다. 쉽게 말하자면 “서재” 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서재는 매번 업그레이드가 된다. 좀 더 책 읽고 공부하기 편하게 큼직한 책상도 두고 더 눈에 덜 피로한 조명도 달고 푹신한 의자도 들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낡은 서재를 좀 더 활용하기 좋은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 물론 업그레이드는 공짜가 아니고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로고스 6는 6번째 리모델링을 마친 서재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문제는 이게 최신 서재는 아니라는 거다.

최신 버전은 로고스 7으로 영문버전은 이미 출시가 된 상태이다. 한글판이 굳이 로고스 6로 출시된 이유는 한글판 작업 기간엔 아직 로고스 7이 출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좀 이유가 빈약 한건 사실이다. 보통 새로운 소프트웨어 출시 직전에 이전 버전 구매를 한 고객들에게는 무료로 새로운 버전 업그레이드를 해주거나 대폭 할인해주는 게 업계 상식인데 하물며 이미 새 버전이 출시된 상황에서 이전 버전을 내놓으면서 전혀 부가 해택이 없다는 건 글쎄…?

로고스 6가 그럼 로고스 7보다 훨씬 뒤떨어졌는가? 뭐 그건 사실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엔진이 업그레이드 됐을 때는 단지 프로그램의 기능만 업그레이드 되는 게 아니라 자료들을 활용하는 방식까지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이다. 그 차이점을 알고 있는 사람한테는 한 세대 뒤떨어진 엔진을 구매한다는 게 좀 마음에 안들겠지만 사실 첫 구매자들은 뭐가 다른지도 눈치 못채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 같다.

그래도 굳이 차이점을 알고 싶다면 여기 링크에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다음으로 브론즈 한글판은 패키지다. 쉽게 말하자면 서재에 넣어둘 책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서재가 아무리 쾌적하면 뭘하나? 볼 책들이 없으면 앙코없는 찐빵이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다. 아무리 좋은 도구들이 있어도 그 도구들을 활용할 컨텐츠가 있어야 쿵짝을 맞춰서 탱고를 출텐데 여기서 브론즈 한글판이란 건 바로 컨텐츠 묶음인 것이다.

브론즈… 그렇다. 
브론즈가 있으면 당연히 실버도 있고 골드도 있고 플래티넘도 있고 다이아몬드도 있고… 뭔 다단계도 아니고 엄청 많다.
지갑이 두둑해서 돈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야 주저없이 최상위 패키지를 구매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그거 구매한다고 어떻게 제대로 써먹을 줄도 모른다면 실버나 골드 정도 선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은 한다. 다만 한글판은 현재까진 오직 브론즈만 출시되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브론즈라고 해서 다 같은 브론즈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론즈 한글판과 브론즈 영문판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자료들이 다르다. 한글판은 한글 책들이 들어간 대신에 컨텐츠가 비교적 빈약하고 또 완전 다 한글화된 것은 아니란 사실. 또한 지금 현재까지 패키지 안에 있는 책들이 아직 다 작업 완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후에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지금 현재 한글판 브론즈만 구입해서는 로고스가 약속하는 기능들을 충분하게 활용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추가적으로 영문판을 구매해 보충하던지 아니면 좀 더 높은 버전의 한글판 패키지를 기다려보던지... 다행스러운 것은 패키지 추가 구매시 이미 브론즈 한글판에 들어 있는 자료들이 재구매 되지 않고 중복되는 만큼 가격이 할인된다고 하니 참고.

브론즈만 있다면 아마 이런 화면들을 많이 보게 될거다.



이렇게 로고스 6라는 서재에서 브론즈 한글판이란 자료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그 전체의 그림을 우리는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그 그림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 한글판…!?

브론즈 한글판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로고스가 추구하는 한글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록 Faithlife 라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출판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거긴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이 말인 즉슨 로고스 안에 들어 있는 책들은 여러 출판사들에서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고 단지 그 저작권을 따와서 로고스 프로그램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는 소리다. (물론 자체적으로 출판하고 작업한 자료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로고스 안에 한글 책들을 넣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당연히 한글 책들을 출판하는 한국 출판사들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로고스라는 “서재” 자체를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한글화 하는 작업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그 서재 안에 쌓아둘 책들까지 일일히 다 로고스에서 번역해주지는 않는다. 또한 한국 출판사에서도 로고스를 위해 기존의 원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수고까진 아마 감당하진 않을 것이다. 따라서 로고스에서 앞으로 구매 가능할 한글 책들은 이미 시중에 출판된 책들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대다수는 아마 순수 한국저자가 쓴 한글 책이 될 것이다. 물론 이미 한글로 번역된 영문 서적들이 차후 업데이트 될 가능성도 아주 없진 않겠지만 예상컨데 저작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고 Faithlife가 그 정도로 공을 들여서 복잡한 저작권 문제들을 해결 할만큼 한국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시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낙관적이진 않다.

물론 한국저자가 쓴 한글 책들 중에서도 우수한 자료들이 많이 있다. 김세윤, 박윤선, 이재철 목사님들의 책들은 모두 훌륭한 자료들이고 분명 성경 공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관건은 그 자료들 자체의 퀄러티가 어떠냐가 아닌 그것이 얼마 만큼 로고스라는 엔진에서 잘 활용될 수 있느냐 아닐까? 로고스에 있는 책들은 단지 읽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책을 읽을 거라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다양한 책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우리가 로고스에서 자료 패키지를 구매하는 이유는 그 자료들 중에서 내게 필요한 부분들을 손 쉽게 검색하고 연구하고 수집하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로고스 안에 있는 한글 책들의 활용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사실상 좀 더 깊이 있는 주제, 어휘, 신학 연구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관련 자료들은 죄다 영어이기 때문이다. 쉬운 예를 들어 히브리어/헬라어/라틴어 사전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한글 번역이 된 자료들이 극히 적은 건 물론이고 번역된 자료들 또한 위에 이미 이야기 한 이유들로 로고스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어짜피 구체적인 연구에 들어가면 영어 컨텐츠들을 사용해야만 하고 상응하는 영어 자료들을 필요로 한다. 주제 연구를 해도 마찬가지이다. 주제 자체를 한글로 검색할 수 있다고 해도 그 한글 태그가 먹히는 자료 범위가 위에서 말했듯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 주제를 좀 더 폭 넓게 다양한 자료들 속에서 검색하고 연구하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영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연관하여 검색되는 사전이나 설교나 미디어 자료등 모두 영어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글판을 사용한다는 게 무색해지는 시점이다.

얼마나 많은 출판사들이 로고스와 손을 잡을 것인가?도 사실은 좀 회의적이다. 물론 내가 한국 출판 업계에 대해 잘 안다고 할 순 없지만 내가 아는 한 한국 시장은 굉장히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 의해 한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eBook 시장도 이제서야 겨우 몇몇 출판사들이 협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과연 대형 기독교 출판사들이 그것도 국내가 아닌 해외 기업인 로고스와 쉽게 계약을 맺을까 싶다. 상당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죽 쒀서 남주는 꼴이다라는 기본적인 인식 때문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또한 계약을 맺는다 하더라도 로고스측에서 한글판에 얼마나 신경을 써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적으로 한글화 작업들은 더딜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일정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인되지 않고서는 분홍빛 미래를 예상하긴 어려울 것 같다.

종합해 볼 때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의 현재 상태를 표현하자면 옵션 다 빠진 2014년형 국산 SUV를 사는 느낌이다. 구형이긴 해도 디자인도 뭐 이 정도면 무난하고 공간도 넓어서 좋은데 창문은 돌려서 내려야 하고 에어컨도 안나오고 스트레오도 라디오 밖에 없는 그런 느낌적 느낌? 뭐 옵션이야 돈 더 주고 달면 되긴 한데 차 메이커 순정 옵션들은 한참 후에나 출시될 예정 아니면 앞으로 나올지 알 수도 없고 해서 지금 당장 쓰려면 색깔이나 디자인 맞춤이 전혀 안되는 서드파티 옵션들을 사용해야 한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서 지금 불편하더라도 참고 쓸 것이냐? 아니면 돈이 훨씬 더 깨지겠지만 깔끔하게 신형 외제 SUV를 살 것이냐? 그것도 아니면 풀 옵션의 소형차는 어때? 뭐 결국 선택은 각자 알아서 하는거다.

  • 그래서 어쩌라고?

세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국 기독교 시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로고스만 최근에 들어서야 한글판을 출시하는 이유는 그 만큼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기대되는 이윤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로고스 6 브론즈 한글판이 출시된 지금, 솔직히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지금 현재 한글판이 주는 메리트는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앞으로도 온전히 한글만 가지고 깊이 있는 성경 연구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진 않는다. 그 만큼의 한글 컨텐츠 개발도, 영문 컨텐츠의 번역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로고스가 선전하는 다양한 기능들을 충분하게 활용하려면 한글판 패키지에 투자하는 돈에 조금 더 보태서 영문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이 좀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로고스 브론즈 한글판을 구매하라고 권하고 싶다. 약 60%는 한글판이란 걸 떠나서 로고스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워낙 장점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나머지 40%는 한글판 출시를 통해 한국 시장의 미래에 투자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하시라고 권하고 싶다. 타사 소프트웨어에 비해 로고스는 훨씬 더 직관적이고 연계성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 예전엔 좀 무겁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요즘 버전은 속도 면에서도 많이 빨라진 느낌이라 상당히 쾌적하다. 비록 로고스가 제시하는 기능들의 활용은 주머니 사정에 비례하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 만큼 활용 가능한 자료들이 양과 질에서 타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윈도우는 물론이고 맥과 모바일에서도 사용 가능해 확장성이 높다는 것과 소프트웨어 자체 또한 완성도가 높다는 점도 큰 플러스라고 생각한다.

그간 타사 소프트웨어를 몇년 간 써오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한글판은 둘째치고 parallel 되는 한글 성경 번역본들 정도만이라도 제발 출시해달라고 그렇게 징징 댔지만 전혀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마 선택과 집중이라는 면에서 이윤을 내야만 하는 회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사용자 입장에선 상당히 불만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고스의 이번 한글판 출시는 어떻게서든지 성공적으로 이어졌음 하는 바램이다. 비록 유저 입장에서 현재가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앞으로의 미래가 그닥 밝아보이지 않을지라도 난 로고스의 행보를 응원한다. 어두울지언정 빛이 있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칠흑 같은 어둠보다야 백배 나은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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